끝까지 참으라고 한
세계
조석봉 · 알리 · 「D.P.」 × 「오징어 게임」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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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안내 · 작품 장면과 해석을 나누어 봅니다
어디부터 읽어도 괜찮습니다
이번 글의 질문두 사람을 무너뜨린 것은 무엇이었고, 곁의 사람들은 왜 막지 못했을까?
자료와 편집 정보
- 다루는 작품
- D.P. × 오징어 게임
- 중심 인물
- 조석봉 ↔ 알리
- 글의 범위
- 작품 장면의 요약과 편집자의 해석입니다. 실제 사람의 진단이나 예측이 아닙니다.
- 작성·편집
- 사람 도감
- 화면 구성 점검
- 2026-10-02
- 정정 요청
- 정식 공개 전 접수 통로를 연결할 예정입니다.
두 사람 다 착했다. 그리고 두 사람 다 참았다.
한 사람은 참다가 무너졌다. 한 사람은 끝까지 믿다가 죽었다. 이 도감에서 말없이 떠맡는 칸(ISFJ)에는 장발장과 김지영과 소냐가 서 있었다. 이번에는 그 칸의 두 사람에게 같은 물음을 묻는다. 착한 사람이 끝까지 참으면 어떻게 되는가. 이 편에 나오는 폭력과 죽음은 일어난 사실만 적고, 장면은 그리지 않는다.
조석봉은 중학교 때 이름난 유도 유망주였다. 그런데 유도를 그만두었다. 사람을 때리기 싫다는 까닭이었다. 그 뒤 미술 학원 강사가 되었다. 아이들이 아무리 장난을 쳐도 웃어넘겨서, 아이들은 그를 봉디 쌤이라고 불렀다.
군대에 간 석봉은 헌병대에서 선임 황장수와 몇몇 고참에게 날마다 맞는다. 욕설과 구타에, 입에 담기 어려운 가혹 행위까지 이어진다. 그는 참는다. 막 들어온 후임 안준호에게는 몰래 초코파이를 건네고 군화에 광을 내 준다.
황장수가 전역하는 날, 석봉은 그에게 진심으로 사과해 달라고 청한다. 돌아온 것은 건성인 사과와, 좋은 날 분위기를 깼다는 고참들의 핀잔이었다.
석봉은 탈영한다. 전역한 황장수를 찾아가 붙잡아 끌고 간다. 그를 쫓던 안준호가, 석봉이 가르친 학원 아이가 그를 좋은 선생님이라 부르더라고 전한다. 석봉은 잠시 울음을 터뜨린다. 그러나 총을 든 군인들이 들이닥치고, 석봉은 끝내 황장수를 쏘지 못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
그는 살아남는다. 얼굴에 큰 흉터를 안고, 한참 뒤 면회실에서 안준호를 다시 만난다.
알리는 파키스탄에서 온 노동자다. 한국의 공장에서 손을 다치고도 여러 달 월급을 받지 못한다. 돈을 달라다 사장과 몸싸움이 벌어졌고, 그는 받지 못한 돈을 쥐고 달아난다. 집에는 아내와 어린 아이가 있다.
빚에 몰린 그는 목숨을 건 게임에 들어간다. 첫 게임에서 넘어질 뻔한 기훈을 붙잡아 살린다. 조상우를 사장님이라 부르다가, 형이라고 부르라는 말을 듣고 그를 형이라 부른다.
구슬치기에서 알리는 상우와 짝이 된다. 상우는 알리를 속여 구슬을 모두 빼앗는다. 알리는 끝까지 상우를 믿었다. 그리고 죽는다.
석봉은 사람을 때리기 싫어서 유도를 그만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끝에 사람을 끌고 가 총을 들었다.
알리는 제 목숨보다 남의 목숨을 먼저 붙잡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가장 믿은 사람에게 죽었다.
착한 사람이 끝까지 참으면
무엇이 남을까.
왜 일곱 갈래로 읽을까
두 사람을 일곱 개의 돋보기로 들여다본다. 이번에는 말없이 떠맡는 칸의 두 사람, 참다가 무너진 사람과 끝까지 믿은 사람이다. 한 가지 성격이나 사건으로 사람을 단정하지 않기 위해 선택·감정·상황·책임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비춰 본다. 어느 한 칸이 정답이거나 더 깊은 단계는 아니다.
떠맡는 칸의 두 얼굴
말없이 떠맡는다. 제가 맞는 것은 참고, 후임은 챙긴다.
말없이 떠맡는다. 제가 손해 보는 것은 참고, 남은 먼저 붙잡는다.
ISFJ는 이 도감에서 말없이 떠맡는 칸이라 불렀다. 09편의 장발장이 남의 죄까지 떠맡았고, 19편의 김지영이 한 집안의 일을 떠맡았고, 37편의 소냐가 한 가족의 굶주림을 떠맡았다.
이 칸의 사람들은 남이 치러야 할 것을 제가 치른다. 그것이 이 칸의 힘이다. 그리고 그 힘이 가장 쉽게 이용당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떠맡는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떠넘기는 사람이 편해진다.
말없이 떠맡는 사람 곁에서
떠넘기는 사람은 편해진다.
석봉에게 떠넘긴 것은 부대였다. 알리에게 떠넘긴 것은 공장이었고, 그다음에는 게임장의 형이었다.
참는 것과 쌓이는 것
심리학은 오래 이어진 괴롭힘이 사람에게 남기는 자국을 따로 부른다. 한 번의 큰 사고가 아니라, 빠져나갈 수 없는 곳에서 날마다 되풀이된 상처. 그런 상처를 입은 사람은 두려움과 무력감과 분노가 한데 엉킨 채로 산다. 그리고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사람을 믿는 마음이다.
석봉의 몸이 그것을 보여 준다. 처음 나올 때는 살집이 있던 몸이 이야기가 흐를수록 말라 간다. 착하던 사람이 고참이 시키는 대로 후임을 괴롭히는 자리에까지 내몰린다. 그 모습을 말리는 후임에게 그는 소리친다. 너는 얼마나 맞았다고.
참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쌓이는 것이다.
알리의 참음은 다른 쪽으로 향했다. 그는 사람을 믿는 마음을 끝까지 잃지 않았다. 월급을 떼먹은 사장을 겪고도, 낯선 게임장에서 형이라 부른 사람을 믿었다. 그 믿음이 그를 죽였다.
두 사람의 참음은 방향이 반대였다. 석봉의 참음은 안으로 쌓여 끝내 밖으로 터졌다. 알리의 참음은 밖을 향한 믿음으로 남아, 그 믿음을 거둔 적이 없었다.
낮은 흙과 기댄 덩굴
모든 것을 받아 품는다. 그리고 속에 쌓아 둔다.
기댈 나무를 찾아 감고 오른다.
두 사람 모두 지어낸 인물이라 성격의 물상으로 읽었다. 옛 책 《적천수》는 기토를 이렇게 적는다.
쌓아서 감춘다. 석봉이 그랬다. 맞은 것도, 수치도, 두려움도 모두 받아 속에 쌓았다. 아이들의 서툰 그림을 받아 주던 흙이, 군대에서는 날마다 쏟아지는 것을 받아 내야 했다. 흙이 받을 수 있는 데에도 끝이 있다.
쌓아서 감추던 흙이
끝내 무너져 내렸다.
알리는 을목, 기대어 오르는 덩굴이다. 《적천수》는 덩굴이 큰 나무를 감으면 봄에도 가을에도 산다고 적는다(藤蘿繫甲). 알리가 감은 나무는 상우였다. 38편에서 이 도감은 상우를 하늘을 찌를 듯 자란 큰 나무, 갑목으로 읽었다.
덩굴이 감은 나무가 덩굴을 꺾었다. 기댄 쪽에는 잘못이 없다. 덩굴은 본디 기대어 사는 것이다.
사자를 달래던 손
힘. 맨손으로 사자의 입을 다루는 사람. 힘이 있어도 쓰지 않는다.
매달린 사람. 거꾸로 매달린 채 버티는 시간.
탑. 한꺼번에 무너지는 날.
별. 먼 나라에서 품고 온 희망.
연인. 믿을 사람을 고르는 카드.
죽음.
석봉의 첫 장이 이 편에서 가장 아프다. 힘 카드의 인물은 사자를 때려서 누르지 않는다. 부드러운 손으로 그 입을 다룬다. 석봉은 누구보다 센 사람이었다. 유도 유망주였고, 마음만 먹으면 고참 누구든 넘어뜨릴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힘을 쓰지 않았다.
힘을 쓰지 않던 사람이
가장 오래 맞았다.
알리의 가운데 장은 연인이다. 이 카드는 사랑의 카드이기 전에 고르는 카드다. 알리는 믿을 사람을 골랐다. 고른 것에는 잘못이 없었다. 고름을 받은 쪽이 그 믿음을 버렸을 뿐이다.
억지로 멈춘 허리, 깎아 먹는 자를 믿음
석봉에게는 쉰두 번째 괘, 중산간(艮)을 댄다. 산 위에 산이 겹친 괘, 멈춤의 괘다.
멈춤에도 등급이 있다. 제때 멈추면 허물이 없다. 그런데 멈추어서는 안 될 자리에서 억지로 멈추면 몸이 찢긴다. 석봉이 그랬다. 맞으면서도 멈추어 참았다. 그 참음이 등뼈를 찢고 마음을 태웠다.
억지로 멈춘 허리가
끝내 찢어졌다.
알리에게는 쉰여덟 번째 괘, 중택태(兌)를 댄다. 못 위에 못이 겹친 괘, 기쁨과 벗의 괘다.
알리에게 게임장은 벗을 사귀는 곳이었다. 형이라 부를 사람이 생겼다. 그런데 구오가 그 믿음 앞에 경고를 적어 둔다. 깎아 먹는 자를 믿으니 위태롭다고. 효사는 믿은 사람을 나무라지 않는다. 위태롭다고 적을 뿐이다. 깎아 먹은 쪽의 허물은 따로 있다.
보고도 가만히 있던 사람들
이 드라마의 배경은 2014년이다. 그해 봄, 한 육군 부대에서 한 일병이 선임들의 가혹 행위 끝에 목숨을 잃은 일이 실제로 있었다. 나라가 떠들썩했고, 군은 바뀌겠다고 했다.
우리 군형법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가혹 행위를 하는 것을 따로 벌한다. 2022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안에 군인권보호관이 생겼다. 그런데 석봉이 가장 크게 외친 것은 법의 빈자리가 아니었다. 다들 알면서 가만히 있었다는 것이었다.
가장 무거운 것은
때린 손이 아니라 본 눈이었다.
알리의 자리도 법 곁에 있었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월급을 떼먹는 것은 누구에게든 범죄다. 그런데 낯선 말, 매인 일터,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처지 앞에서 법은 멀었다. 알리가 제 손으로 돈을 쥐고 달아난 것은 옳은 일이 아니었다. 다만 그 앞에 법이 먼저 닿지 않았다.
얼굴이 말하는 것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끔찍한 악을 저지른 사람을 지켜본 뒤, 악이 꼭 괴물에게서 나오지는 않는다고 썼다. 생각하기를 멈춘 평범한 사람들에게서도 나온다고. 뜻을 줄이면 그렇다.
석봉을 무너뜨린 것은 황장수 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게 원래 군대라고 여긴 사람들, 저도 맞았으니 너도 맞으라는 사람들, 보고도 모른 척한 사람들. 누구도 스스로를 악당이라 여기지 않았다.
괴물 하나가 아니라
생각을 멈춘 여럿이었다.
알리 쪽에는 다른 철학자가 어울린다.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사람의 얼굴이 우리에게 말을 건다고 했다. 나를 해치지 말라고. 얼굴을 마주 보는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을 물건처럼 다룰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알리는 끝까지 상우의 얼굴을 보았다. 상우는 알리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 했다. 사람을 속이려면 먼저 그 얼굴을 보지 말아야 한다.
말없이 떠맡는 칸의 두 사람을 두고, 돋보기들은 참음이 어디로 갔는지를 좇는다.
착한 사람이 끝까지 참으면,
그 값은 착한 사람이 치른다.
참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 사람에게는 쌓였고, 한 사람에게는 믿음으로 남았다
그리고 조석봉은 괴물이 아니다. 사람을 때리기 싫어 운동을 그만둔 사람이었고, 아이들의 서툰 그림을 웃으며 고쳐 주던 선생이었다. 그가 끝에 한 일을 덮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일이 어떤 날들 끝에 나왔는지는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는 끝내 방아쇠를 그 사람에게 당기지 않았다.
같은 칸, 같은 참음. 한 사람은 쌓아 두다 무너졌고, 한 사람은 끝까지 믿다가 쓰러졌다.
흙은 받을 수 있는 데까지 받았고, 덩굴은 기댄 나무에 꺾였다.
착한 사람이 끝까지 참으면, 그 값은 착한 사람이 치른다.
네 곁에 말없이 떠맡는 사람이 있나.
그 사람에게 무엇을 떠넘기고 있나.
떠맡는 사람은 대개 먼저 말하지 않는다. 괜찮다고 웃는다. 석봉도 후임에게 그렇게 웃었다. 괜찮다는 말이 괜찮다는 뜻이 아닐 때가 많다.
그리고 이 말은 해 두어야 한다. 석봉 곁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후임 안준호가 잘못한 게 아니다. 막 들어온 이등병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는 그 뒤로 오래 그 무게를 안고 살았다. 잘못은 그런 이등병 하나에게 모든 것을 기대게 만든 곳에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 지금 너무 오래 참고 있다면, 그리고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면, 혼자 떠맡지 말고 말해 주었으면 한다. 자살예방 상담전화는 국번 없이 109다. 군에 있다면 국방헬프콜 1303도 있다.
이 화면에 대하여
군대 가혹 행위와 자살 시도, 게임 속 죽음이 나오는 편이라 다루는 법을 먼저 정했다. 폭력과 죽음은 일어난 사실만 적고, 방법과 장면은 적지 않았다. 거울 끝에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와 국방헬프콜 1303을 적었다.
조석봉의 줄거리는 드라마 「D.P.」 시즌 1·2를, 알리의 줄거리는 「오징어 게임」 시즌 1을 따랐다. 두 사람 모두 지어낸 인물이라 명리는 성격의 물상으로 읽었다. 알리의 을목은 38편에서 조상우를 갑목으로 읽은 것과 이어 두었다.
《적천수》 기토·을목 구절, 주역 중산간과 중택태의 효사·상전은 원문에서 옮겼고, 풀이는 이 도감이 정리했다. 아렌트와 레비나스의 생각은 뜻만 줄여 옮겼다. 2014년의 실제 사건은 사실 한 줄만 적었다.
조석봉은 끝에 사람을 해친 인물이라 도감의 원칙대로 「괴물이 아니다」라는 문장을 함께 넣었다. 판정 금지 문장은 안준호를 향한다. 38편은 같은 문장을 알리에게 썼다. 두 드라마의 대사는 그대로 옮기지 않았다.
같은 칸, 같은 천간, 같은 카드와 괘를 받은 사람들은 도감 지도에 모아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