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해부 · 30

끝났다고
없었던 게 되진 않는다

나희도 · 「스물다섯 스물하나」 · 드라마

읽기 전 안내 · 이 글에는 작품의 주요 장면과 결말이 포함됩니다. 아래에서 바로 전체 글이 이어집니다.

읽기 안내 · 작품 장면과 해석을 나누어 봅니다

어디부터 읽어도 괜찮습니다

이번 글의 질문끝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왜 그 여름을 좋아했을까?

작품 장면작품에 나온 사건·행동을 요약합니다.도입
인물 해석성격·심리·철학으로 선택을 읽습니다.MBTI심리철학
상징 읽기명리·타로·주역은 상징을 빌린 관점입니다.명리타로주역
제도 비교법·문화는 시대와 조건의 차이를 비교합니다.법·문화
자료와 편집 정보
다루는 작품
스물다섯 스물하나
중심 인물
나희도
글의 범위
작품 장면의 요약과 편집자의 해석입니다. 실제 사람의 진단이나 예측이 아닙니다.
작성·편집
사람 도감
화면 구성 점검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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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딸이 엄마의 일기장을 읽으면서 시작한다.

바로 앞 29편도 일기였다. 거기서는 공책만 돌아왔다. 이번에는 일기를 쓴 사람이 살아서 어른이 되었고, 그 일기를 딸이 읽는다. 열여덟 살 펜싱 선수의 일기, 많이 지고 많이 우는 일기다.

사건 개요 — 안 봐도 따라올 수 있게

지금. 발레를 그만둔 딸이 할머니 집에 갔다가 엄마가 쓰던 옛날 일기장을 찾아낸다. 1998년의 일기다.

1998년, 나라 경제가 무너졌다. 외환위기였다. 회사가 문을 닫고, 아버지들이 일자리를 잃고, 집이 남의 손으로 넘어갔다.

열여덟 살 나희도는 고등학교 펜싱 선수다. 썩 잘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경제 위기로 학교 펜싱부가 없어진다. 운동을 계속하려고 희도는 자기 우상 고유림이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간다. 유림은 희도를 반기지 않는다. 둘은 맞수가 되었다가, 친구가 된다.

백이진은 부잣집 아들이었는데, 같은 위기로 집안이 무너졌다. 신문을 돌리며 버틴다. 희도와 이진은 저마다 가장 힘든 때에 서로를 응원하고, 그러다 사랑하게 된다.

희도의 엄마는 뉴스 앵커다. 늘 바쁘고, 딸의 경기를 보러 오지 않는다. 희도는 그게 서운하다.

몇 해 뒤 희도는 국가대표가 되고, 이진은 기자가 된다. 그런데 둘은 헤어진다. 딸이 읽는 일기의 끝은 해피엔딩이 아니다.

이 사람, 뭔가 이상하다

드라마가 끝났을 때 많은 사람이 화를 냈다. 왜 둘을 헤어지게 했느냐고.

그런데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딸이 읽는 엄마의 일기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밝혀진다. 딸의 아빠는 이진이 아니다. 끝은 처음부터 그 틀 안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끝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왜
그 여름을 그렇게 좋아했을까.

왜 일곱 갈래로 읽을까

한 사람을 일곱 개의 돋보기로 들여다본다. 이번에는 지는 게 무엇인지 아는 열여덟 살이다. 한 가지 성격이나 사건으로 사람을 단정하지 않기 위해 선택·감정·상황·책임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비춰 본다. 어느 한 칸이 정답이거나 더 깊은 단계는 아니다.

수사 1 · MBTI이 사람 뭐 하는 사람인가

넘어져도 다시 신나 한다

ENFP말이 많고, 감정이 다 드러나고, 넘어지고 나서도 다시 신나 한다

ENFP의 칸에는 앞서 성기훈과 앤 셜리가 섰다. 희도는 앤처럼 말이 많고, 성기훈처럼 자주 넘어진다. 그런데 두 사람과 다른 것이 하나 있다.

희도는 지는 게 무엇인지 안다.
운동선수이니까.

앤은 상상으로 현실을 덮었고, 성기훈은 지는 줄도 모르고 판돈을 걸었다. 희도는 점수판을 본다. 몇 대 몇으로 졌는지 똑똑히 안다. 그리고 이튿날 또 칼을 든다.

ENFP의 밝음이 가장 단단해지는 때는 바로 이렇게, 진 것을 알면서도 밝을 때인 것이다.

수사 2 · 심리왜 그랬나

엄마가 없는 관중석을 계속 봤다

희도는 경기 중에 자꾸 관중석을 돌아본다. 엄마가 왔을까.

엄마는 오지 않는다. 희도는 서운하다고 말하고, 크게 다투기도 한다. 그래도 다음 경기에서 또 관중석을 본다.

인정받고 싶은 사람은
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본다.

그리고 백이진이 있다. 이 도감은 보통 두 사람을 마주 세우지만, 이진은 희도의 맞은편에 선 사람이 아니다. 곁에 선 사람이다.

둘 다 같은 해에 무너졌다. 희도는 펜싱부를 잃었고, 이진은 집을 잃었다. 누가 누구를 건져 주지 않는다. 서로에게 힘내라고 할 뿐이다. 그리고 저마다 제 경기를 뛴다.

구해 주는 사랑이 아니라
함께 달리는 사랑이었다.

그래서 헤어질 수도 있었다. 서로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사이가 아니었으니까. 달려갈 길이 저마다 달라졌을 때, 둘은 거기서 걸음을 멈추었다.

수사 3 · 명리어떤 사람인가

씻겨야 빛나는 칼

신금 辛金보석, 바늘, 서리. 이미 다듬어진 가늘고 날카로운 쇠

펜싱 칼 같은 쇠다. 이 도감은 이 쇠를 이렇게 푼다.

풀이신금의 첫 과제는 단련이 아니라 세척이다. 물에 씻겨야 빛난다

이 도감은 21편에서 미카사를 두고, 평생 단련만 했을 뿐 씻기는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울고, 내려놓고, 자기를 위해 쉬는 시간 말이다.

희도는 꼭 그 반대다. 많이 운다. 지면 울고, 엄마 때문에 울고, 유림 때문에 울고, 이진 때문에 운다. 그렇게 한바탕 울고 나서 다시 칼을 든다.

같은 칼이었다.
미카사는 울 틈이 없었고,
희도는 많이 울었다.

명리의 말로 하자면 희도의 칼은 자주 씻긴 셈이다. 그래서 녹슬지 않았던 것이다.

수사 4 · 타로지금 어디 있나

바퀴가 굴러떨어진 해에 뜬 별

운명의 수레바퀴1998년. 나라 경제가 굴러떨어지면서 펜싱부도, 이진의 집도 함께 떨어졌다
힘지고 또 지는 것을 버티는 힘. 이기는 힘이 아니라
별무너진 뒤에 뜨는 별. 스물하나의 여름

운명의 수레바퀴는 희도가 돌린 것이 아니다. 어른들의 경제가 돌렸다. 그런데 그 바퀴가 바닥을 쳤을 때, 희도는 유림을 만났고 이진을 만났다.

무너진 해가
가장 빛난 해가 되었다.

별 카드는 탑 다음에 오는 카드다. 무너진 뒤에야 뜬다. 이 드라마의 가장 좋은 장면들이 거의 다 가장 나빴던 해에 모여 있는 것도 그래서일지 모른다.

수사 5 · 주역어떻게 했어야 하나

땅속에서 나무가 자란다

예순네 괘 가운데 마흔여섯 번째를 지풍승(升)이라고 한다. 오름의 괘다. 상전은 작은 것을 쌓아 높고 크게 된다(積小以高大)고 적는다.

땅(☷) 속에서 나무(☴)가 자라는 모양이다. 땅이 무너진 해에, 바로 그 땅속에서 자라는 나무.

괘사升 元亨 用見大人 勿恤 — 오름은 크게 형통하다. 큰사람을 만나되 근심하지 말라
초육允升 大吉 — 믿음을 받으며 오르니 크게 길하다

초육을 풀면, 첫 계단은 실력보다 믿음으로 오른다는 뜻이다. 희도의 이야기가 꼭 그렇다. 펜싱부 없는 선수를 받아 준 코치가 있었고, 누구보다 먼저 너는 할 수 있다고 말해 준 이진이 있었다. 희도는 처음부터 잘해서 올라간 것이 아니다. 누군가 믿어 주어서 첫 계단에 발을 올렸다.

육오貞吉 升階 — 바르면 길하니, 계단을 밟아 오른다

그다음부터는 한 계단씩이었다. 내리 지고, 또 나가고, 조금씩 이겼다.

수사 6 · 법·문화다른 데였다면 어떻게 됐나

어른들의 경제가 무너지면 아이들의 꿈이 먼저 잘린다

1997년 겨울, 나라가 빚을 갚지 못해 국제기구에서 돈을 빌렸다. 그 뒤 몇 해를 우리는 외환위기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장롱 속 금반지를 들고 나와 나라에 모으던 때다.

돈이 모자라면 무엇부터 자를까. 학교 운동부는 가장 먼저 잘려 나가는 것 가운데 하나였다. 성적과 상관이 없고, 돈이 들고, 몇 사람만 하는 것이니까.

어른들의 경제가 무너지면
아이들의 꿈이 먼저 잘린다.

희도에게 그해는 펜싱부가 없어진 해였고, 이진에게는 집이 없어진 해였다. 둘은 같은 사건에서 떨어져 나온 서로 다른 조각이었고, 그 조각끼리 만났다.

다른 나라, 다른 해였다면 어땠을까. 희도는 펜싱부를 잃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전학을 가지 않았을 테고, 유림도 이진도 만나지 못했을지 모른다. 이 드라마가 묘한 것은, 가장 나쁜 일이 가장 좋은 만남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 그렇다고 그 일이 좋은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해에 무너진 채로 끝내 일어서지 못한 사람도 많았다.

수사 7 · 철학그래서 옳은가

끝났다고 없었던 게 되진 않는다

이 드라마의 결말에 화가 난 사람들의 말은 대개 이랬다. 그럼 그동안 우리가 본 건 뭐였냐고.

그 물음에 이 이야기는 이렇게 대답하는 것 같다.

끝났다고
없었던 게 되진 않는다.

희도와 이진은 헤어졌다. 그래도 둘이 서로를 응원하던 여름은 분명히 있었다. 희도가 국가대표가 된 데에도, 희도가 어른이 된 데에도 그 여름이 들어 있다.

그리고 그 여름은 일기에 남았다. 몇십 년 뒤, 발레를 그만두고 헤매던 딸이 그 일기를 읽는다. 엄마도 열여덟 살에 지고, 울고, 다시 칼을 들었다는 것을.

끝난 사랑이
딸에게 건너갔다.

29편의 일기는 쓴 사람이 돌아오지 못했다. 이 일기는 쓴 사람이 살아서 엄마가 되었다. 그래도 두 일기 모두 다음 사람에게 건너갔다. 일기가 하는 일이 본디 그런 것이다.

수사 회의 — 도구들이 서로 안 맞는다

무너진 해의 열여덟 살을 두고, 돋보기들은 바닥과 꼭대기를 번갈아 가리킨다.

타로그해는 바닥이었습니다. 바퀴가 굴러떨어진 해예요.
주역그 바닥에서 나무가 자랐지요. 땅속에서 오르는 괘입니다.
명리많이 울어서 빛났어요. 씻겨야 빛나는 칼이거든요.
MBTI지는 게 뭔지 알면서도 밝았어요. 운동선수니까요.
심리엄마가 없는 관중석을 자꾸 봤어요. 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법어른들의 경제가 무너지면 아이들의 꿈이 먼저 잘립니다. 펜싱부가 그랬지요.
철학끝난 것도 있었던 것이오. 끝났다고 없던 일이 되지는 않소.
시청자(마지막 회가 끝나고도, 그래도 헤어지면 안 됐다고 오래 말한다)

가장 나빴던 해가
가장 빛난 해였다.

종합 프로파일

많이 졌고, 많이 울었고, 그래서 빛났다

하늘 몫1998년에 열여덟 살이었던 것. 펜싱부가 없어진 것. 엄마가 바쁜 사람이었던 것
갈림길펜싱을 그만둘 것인가, 반기지 않는 학교로 갈 것인가. 그리고 몇 해 뒤, 저마다의 길이 갈렸을 때
내 몫지고도 다시 나간 것. 울 때 운 것. 그 여름을 적어 둔 것
한 줄 프로파일

무너진 해에 칼을 든 열여덟 살. 지는 게 무엇인지 알았고, 그래서 또 나갔다.
미카사에게 없던 울 시간이 희도에게는 넘쳤고, 그 눈물이 칼을 씻었다.
끝난 여름은 일기에 남아 딸에게 건너갔다.

그리고 거울 이미 끝난 것 가운데,
없었던 걸로 치고 싶은 것이 있나.

끝난 우정, 그만둔 운동, 헤어진 사람. 끝이 좋지 않으면 우리는 처음부터 없었던 일로 치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 시간에 네가 배운 것, 버틴 것, 웃은 것은 끝이 어떠했든 너에게 고스란히 남아 있다.

딸 경기를 안 보러 온 엄마가 잘못한 게 아니다. 그도 일하는 엄마였고, 뉴스를 전하는 일이 그의 경기였다. 딸이 관중석을 돌아보는 동안 엄마는 카메라 앞에 서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제 자리에서 뛰고 있었던 것이다.

너는 누구의 관중석을 비워 두고 있을까. 그리고 누가 네 관중석을 비워 두었을까. 어쩌면 둘 다, 저마다의 까닭이 있었을지 모른다.

대표 관계

사라질 시간을 붙잡는 것은 기록일까, 이야기일까

나희도와 앤 셜리의 선택이 어디에서 닮고 갈리는지 따라갑니다.

이 화면에 대하여

나희도는 짝 없이 혼자 세웠다. 백이진은 맞은편이 아니라 곁에 선 사람이라 대질 상대로 쓰지 않았다.

주역 지풍승의 괘사·효사·상전은 원문에서 옮겼고, 신금을 씻는다는 풀이와 효 풀이는 이 도감이 정리했다. 21편 미카사와 같은 천간이라 짝을 지어 읽었다.

펜싱 종목 이름과 엄마의 개인사는 아직 확인하지 못해 적지 않았다. 대사는 그대로 옮기지 않았다.

같은 칸, 같은 천간, 같은 카드와 괘를 받은 사람들은 도감 지도에 모아 두었다.